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겨 온 건 사실 남성들 아니었나요? 늦은 밤에 여자친구를 집 앞까지 바래다 주는 이유는 단지 오래 있고 싶어서 일까요? 여자친구 택시 태워서 보낼 때 택시 번호 적는 건 택시가 마음에 들어서 일까요? 여자 동생이나 누나가 연락도 없이 늦게까지 안 들어올 때 걱정하는 남성들은 단지 교통사고만 떠올릴까요? 왜 수 많은 아버지들은 딸에게 '통금 시간'을 강요할까ㅛ? 왜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늦게까지 술 마시지 마라, 노출 많은 옷 입지 마라, 밤 늦게는 돌아다니지 마라, 항상 조심해라 등을 강요할까요? 대체 뭐가 위험해서? 누가 여성을 해치기라도 하나요? 밤마다 나오는 괴물이라도 있나요? 뭘 그렇게 조심해야 할까요?
남성들도 알고 있습니다. 밤거리에서 마주치기엔 남성보다 여성이 훨씬 덜 무섭다는 사실을 말이죠. 그러나 남성들은 알려고 하지 않습니다. 밤거리에서 자신과 마주친 대부분의 여성들이 불안에 떨어야 한다는 사실을요. 이 때 불안의 대상은 마주친 남성 개인이 아닙니다. 이 세상 모든 남성 젠더에 내재되어 있는 폭력의 가능성, 같은 남성들이라도 자신의 여자친구, 누나, 여자동생, 딸에게 닥쳐올까봐 날마다 가슴졸이는 그 폭력의 가능성이 바로 여성들의 불안의 대상입니다. 남성과 여성은 결국 같은 것을 두려워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성에게 어렸을 때 부터 '남성은 잠재적 범죄자'라는 사실을 가르치는 것은 대부분 가부장적인 아버지들입니다. 가부장제는 여성을 오직 가부장들(부계 조상, 아버지, 남편, 아들)만 섬겨야 하는 존재로 설정하기 때문에 가부장이 아닌 남성들에게 여성은 몸도 마음도 노동력3도 '제공'해선 안됩니다. '혼전 순결'도, 통금 시간도 다 '외간 남자'를 경계하도록 여성에게 강요되는 것들입니다. 이에 여성은 가부장제를 통해 '남성은 위험하다'는 것을 배우고 나중에 가선 직접 몸으로 그 위험함을 겪습니다. 성희로, 성추행, 성폭행,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등등.. 따라서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든 뿌리를 더듬어 가면 결국 남서 중심의 가부장제와 만나게 됩니다.
강남역 '여성혐오 살해' 사건을 두고 "우릴 잠재적 범죄자로 몰지말라"라고 부르짖는 수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가족이나 연인이 낯선 남성의 손에 오직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살해당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까요? 아마 알고 있겠죠. 알고 있으니까 밤마다 데려다 주고, 택시 태워 보낼 때 차 번호 적고, 늦게까지 안 들어오면 걱정하고, 통금 시간 강요하고, 술 취해 늦게 들어오지 말라고 잔소리하고, 노출 많은 옷 못 입게 하고, 밤 늦게 돌아다니면 안된다 하고 그러는 거겠죠? 여성의 신체를 보호하고 통제하려는 그 모든 시도는 남성 젠더가 '잠재적 범죄자'라는 전제 없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헷갈리지 않게 하나만 하자는 얘깁니다. 남성이 '잠재적 범죄자'가 아니라 믿는다면 자신의 연인이든 여자 피붙이든 본인이 '지켜야'한다고 혹은 공권력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그러나 남성인 자신조차 실은 남성이라는 젠더에 내재된 폭력성(물론 이는 유전자에 새겨져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 사회 구조 속에서 젠더 권력을 쥔 '강자로 정의된다는 의미)이 두렵다고 인정한다면, 남성과 여성은 공동의 적과 맞서 싸우기 위한 연합 전선을 펼 수 있을 것입니다. 그 공동의 적의 이름은, 젠더 폭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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