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성범죄 생존자가 된다 = 멘탈소모가 어마무시한 일입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그렇게 잘 자던 사람이 일주일간 잠을 아예 못잤고, 법적대응/공론화 거치면서 정말 못들을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일단 본인을 챙기고, 무슨 일이 있어도 살아남아 저 개새끼를 벌하리라는 마음가짐으로 버티세요.
2. 가장 중요한 건 가해자 본인이 가해 사실을 인정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성범죄 특성상 목격자가 없을 확률이 높은데 이럴때는 가해자가 "미안하다"는 말을 한 기록을 남기시는 것이 가장 실용적입니다. 카톡으로 미안하다는 말을 한 기록만 남아있어도 증거로 채택될 수 있고 형량이 달라질 수 있어요.
그리고 가능하다면 가해자에게 가해 사실에 대해 물어보시고 그 질문과 답변을 녹취한 후 속기록을 따는 것도 좋습니다. (상대방이 녹음에 동의하지 않아도 녹음록에 내 말이 포함되어 있다면 증거로 채택가능함) 저 같은 경우에는 이렇게 움직였고 결국 속취록으로 그 개새끼를 징역1년 집유 2년 받게했어요
3. 변호사 비용 생각보다 정말 많이 들고, 왠만큼 돈을 쓰지 않는 이상 사선변호사들은 움직이지도 않습니다 (변호사 비용으로 400 날리고 재판에서는 얼굴조차 못 본 인간이 접니다) 친한 변호사 없고 비용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형사재판 넘어가셨을 때는 국선 변호사 쓰시는 편이 현명합니다.
4. 본인이 대학 소속이고 가해자도 학교 소속이라면 학교 성범죄 전담기구를 무조건! 이용하십시오. (연세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총여학생회/성평등 센터에 성폭력 상담이 가능함) 성폭력 상담을 전문으로 해오신 분들인 만큼 내공이 달라서 꽤 쓸모있는 조언을 많이 들으실 수 있을 겁니다.
5. 형사로 넘어가는 순간 정말 빻은 말의 대잔치 입니다. 저는 변호사 사무실에 의뢰하러 간 순간부터 빻은 말을 들었고 (밤에 같은 방에 들어갔다고요? 사귀는 사이 아니에요? 등) 재판에서 증언할 때는 아예 판사가 대놓고 2차가해를 했습니다. 멘탈 강하게 붙잡고 누가 뭐라 하든 절대로 >>본인은 잘못한 게 없음<<을 잊어버리시면 안됩니다. 저는 그걸 자꾸 잊어버리고 저를 탓하는 바람에 정말 오랜 시간 힘들어했어요. 부디 다른 생존자 분들은 저처럼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잘못은 그 개새끼가 다 했고 우린 잘못이 없어요.
6. 가능하다면 합의금 뜯어내십쇼. 합의한다고 고소가 취하되지는 않지만 그 정황이 재판 결과에 반영될 수는 있으니 어차피 벌금형으로 끝날 거 같다 싶으면 합의금이라도 많이 뜯어내세요. 저는 상대가 가난한 대학생이고 그 새끼가 자기 부모님한테 끝까지 숨기는 바람에 한 푼도 못 받았지만 합의금 부를 때는 적정 금액이라고 생각되는 금액의 두 배는 부르셔야 협상을 할 수 있습니ㅏㄷ. (변호사가 천 부르랬는데 이천 부르고 온 인간) 돈으로라도 내 피해 보상받겠다 생각하시고 세게 부르신 다음 이 돈으로도 내 피해를 보상할 수는 없다고 하세요. 그리고 돈 받아내서 (스샷 찍어둔건데 여기서 잘렸누.. 너무 오래되서 기억 안나네..)
7. 본인이 미성년자다 > 무조건! 고소하세요. 저는 그 당시 19살이었는데 아청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원래 벌금형 정도에서 끝날 사건을 징역까지 받아냈습니다. (집유라서 빵은 안간게 아쉽지만요) 한국 법이 참 이상해서 가해자들한테 정말정말 관대한데 그나마 관대하지 않은 게 아청법이므로 어떻게든 이 점을 이용하시는게 좋습니다. 잘 하면 가해자 인생 제대로 조질 수 있어요.
8.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죄가 없고 저 개새끼가 모든 것을 잘못했음을 잊지 마세요. 저의 경우에는 제가 정말 믿고 따르던 페미니스트 선배가 가해자였고, 그 사람과의 친분을 잃는 것 때문에 고발하는 것을 두려워했습니ㅏㄷ. 제발 그러지 마세요. 한 번 성범죄 저지른 한 새끼가 두 번 성범죄 저지르는게 뭐가 어렵겠습니까. 일단 가해한 순간부터 그 새끼는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시고 어떤 사이였던 간에 정 떼시는 편이 멘탈에 이롭습니다. 다시 부탁 드리지만 본인 멘탈 잘 챙기시고요. 해바라기 상담센터나 여성의 전화 등 성폭력 상담센터들을 활용하시는 것도 좋습니다.
9. 이 말을 까먹고 안썻는데 진술 할 때 정말 자세하게 물어봅니다. (저의 경우에는 사건의 일어난 방의 대략적인 구도 및 어느 손이었는지까지 물어봄) 그러니 차후 진술을 위해서 범행이 발생한 후 최대한 신속하게/자세하게 사건을 기술해 놓으세요. 힘든 과정이지만 나중에 큰 도움이 됩니다.
경찰관 분이 직접 강의해주신거
1. 일단 경찰서 직행이 아니고 1366으로 전화해서 가장 가까운 상담소로 가라.
2. 혹시 남친이랑 술취한 상태에서 옷 벗었다고 그거 동의한거라고 하는 빡대가리 남경놈 있으면 ① 의식이 명료한 상태의 ②확실한 긍정적 대답이 아니고 ③ 부부사이에서도 성립되는 게 강간죄라고 확실하게 말해서 기를 죽여라.
3. 이게 제일 핵중요함
사건 진행 첫 단계엔 ①인지 ②신고 ③고소의 세 가지 선택지가 있다. 이 중에 인지는 경찰관이 길 가다가 주워듣고 범죄수사를 시작했다는 요지의 문서인데 이게 실적 쌓기에 좋아서 이걸로 처리해버리는 벌레들이 많음.
근데 재정신청(검사가 불기소시 법원에 직접 재판 신청)이나 항소를 할 때는 반드시 <<<고소>>>로 접수된 사건이어야함.
그래서 사건 접수 할 때 꼭꼭꼭 죽어도 제발 <<<고소장>>>쓰고 <<<고소로 접수해주세요>>>라고 말해야함
형사가 "성폭행 사건엔 고소장 안써도 되요~ㅎ" 같은 개솔하면 저도 알아요 라고 하면서 그래도 고소장 쓸거라고 말해라 존나 중요함 ㄹㅇ
4. 만약 합의를 하게 될 시 민형사상 처벌 피한다는 문구는 쓰지 마라. 그냥 최대한 선처 해달라고만 써라. 그리고 배상금 받아도 꽃뱀아니니까 받아도 됨. 교통사고, 살인 피해자도 받는 게 배상금인데 왜 성범죄만 꽃뱀이라고 부랄떠냐.
무혐의는 죄가 없다는 말이 아니고 (보통) <증거불충분>으로 인해서 검사가 기소를 안했다는 말이래요. 죄가 있고 없고는 재판으로 가서 판사가 판단 할 문제이고.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말은 무죄가 아닙니다.
성범죄는 증거를 갖추기가 굉장히 어렵다고 합니다. ① CCTV 찾기 힘듦 ② 밀폐된 공간 ③승인이 없음 ④질내 정액도 결정적 증거가 안될 수도 있음 ⑤ 시일이 오래된 경우 증거 인멸.. 그래서 무혐의로 불기소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여기서 신박했던 것은 한남이 내 몸 더듬은 것도 영상 자료 없이도 증거잡아서 엿 맥일 수 있다는 거임ㅋㅋㅋㅋㅋㅋㅋ
>>해바라기센터<< 가면 지문이랑 타액, 세포 쪼가리 채취해서 성추행 했는 지 밝혀줌.
심지어 한남이 몸 더듬을 때의 손의 압력도 횟수도 알 수 있다고. 그러니 성폭력이 나에게 일어났을 때는 입던 옷 세탁하지 말고 12시간 안에 >>해바라기 센터<<
해바라기 센터는 연중무휴! 우리 이제 억울하지 말아요!
http://goo.gl/KnGBIl ← 성폭력 등 성범죄의 소개와 사건 발생시 대처법, 신고, 상담, 사후지원 등등에 관해 잘 정리해 놓았으니 이 링크를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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