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애정 쏟을 곳을 잃어 방황하는 사람을 본다. 그들은 남편, 자식, 남친, 아이돌, 운동선수 등 끊임없이 누군가를 돌보고 돈을 쓰며 헌신한다. 그러다가 그 대상을 잃으면 갈 길을 잃은 사람처럼 새로운 누군가를 찾아다닌다.


그런 사람일수록 '나 자신'을 돌보고 보살펴야한다. 나 자신에게 음식을 해먹이거나 사먹이고, 개 쩌는 도시락도 준비해주고, 깨끗하게 씻겨주고, 편안한 옷을 입혀주고, 심심하니가 선물을 해주고, 생일이니 사치품도 사줘보고, 재밌는 걸 찾아 보여주고, 상심하거나 실수하면 오구오구 해주고, '나'에게도 좀 잘해줘 봐.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걸 이해는 한다. 우리는 여자로 태어났단 이유만으로 어릴 때부터 너무나 많은 가스라이팅과 후려치기를 당했으니까. 열심히 벌어서 맛있는 커피만 사먹어도 된장녀 김치녀 취급을 받고 살았으니까. 뭘 해도 아빠 먼저 아들 먼저인 세상에서 살아왔으니까.


거기에 길들여지다 못해 세뇌를 당해 나 자신을 돌보는 것 자체가 재미가 없고 이상하게 느껴지는 거야. 하지만 그래야 한다는 걸 깨달아 버린 이상 틀어진 걸 고칠 수 밖에 없다. 남자친구를 위해 싸던 도시락과 똑같은 걸 사서 나 혼자 전부 털어먹고 발렌타인데이가되면 예쁘고 귀엽고 멋있게 만들어서 밤마다 하나씩 까먹어라. 아이돌에게 선물하던 명품 티셔츠 이제 내가 입을 차례고, 팬싸 때마다 머리에 씌워주던 화관 내 머리에 쓰고 다녀라. 어느 날 갑자기 꽃집으로 뛰쳐가 제일 예쁜 꽃 한 다발을 사서 나에게 선물하고 그걸 하루종일 들고 돌아다녀라. 


이번 달에 여기서 제일 만만해 보이는 거 두 개만 해보고 그 기분이 어떤지 느껴보면 좋겠다, 나는 이걸 깨닫고 처음으로 시도해 봤을 때 너무 재밌어서 수명이 20년쯤 늘어나는 것 가탔음. 고작 머리에 화관쓰고 혼자 동물원가서 나의 정성가득한 도시락 까먹기를 했을 뿐인데도.